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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보는 심의사례-①] '밀녹'의 기억

[이야기로 보는 심의사례-①] '밀녹'의 기억

  • 작성일2020-September-11th
  • 작성자관리자

[이야기로 보는 심의사례-①] '밀녹'의 기억

 

 


 

 

 

‘모래시계’를 구했다!

내가 언제부터인가 뮤지컬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오래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세종문화회관에서 민비의 슬픈 죽음을 그린 ‘명성황후‘를 보게 된 게 계기가 된 것 같다. 요즘엔 온라인 서점에서 좋은 뮤지컬 공연이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가끔씩은 티켓을 산다.

지난달엔 20년 전 감명 깊게 시청했던 드라마 「모래시계」를 뮤지컬로 만든 공연을 보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았다. 공연을 보다가 문득 영상을 소장하고 싶어져 모래시계 뮤지컬 DVD를 찾아보았다. 온라인 서점에서 중고로 파는 세트 상품을 찾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인터넷을 검색하면 저렴한 영상을 찾을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 말을 듣고 노트북을 켜서 검색을 해 어떤 블로거가 영상을 교환, 판매한다고 올린 글을 찾았다. 제목엔 ‘밀캠‘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밀캠이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몰래 촬영한 영상이라는 뜻이다. ‘밀녹‘이라고도 부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위 블로그는 기존의 밀녹 판매 게시물을 토대로 가상으로 만든 것으로 실재가 아님

 

 

‘개인이 파는 건데 몰래 녹화했으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모래시계‘를 사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 비밀 댓글이라 다른 사람들은 읽지 못하는 것 같다. 몇 시간 후, 나는 블로거와의 메신저 대화를 통해 영상 구매를 위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입금하면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를 이메일 주소로 알려 줄게요.”라는 안내도 덧붙였다. 입금을 하고 나서 알려 준 링크로 접속하여 다운로드했다. 영상 파일을 클릭하니 나름 화질도 괜찮다. 이 정도 영상 품질이면 굳이 정품 DVD를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위 메신저 대화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대화 내용을 토대로 가상으로 만든 것으로 실재가 아님

뮤지컬 제작사가 고소했다!


영상물을 구매한 지 며칠이 지났다. 인터넷 신문을 보다가 어느 뮤지컬 제작사가 어떤 ‘밀녹‘ 판매자를 고소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뮤지컬 제작사가 마음먹고 ‘밀녹‘ 판매를 근절하려고 칼을 꺼내 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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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기사는 뮤지컬 ’밀녹‘관련 신문기사를 토대로 가상으로 만든 것으로 실재가 아님

위 기사에서 나온 사례는 아주 심한 케이스를 소개한 듯 싶었다. 요즘 아이돌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사진이나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찍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촬영이 금지되는 공연장에서 촬영하면 모두가 불법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공연장 규칙이 있었다


얼마 전에 「귀환」이라는 뮤지컬을 보고 왔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사자의 유해발굴을 소재로 한 공연이다. 작년에 초연됐지만 70주년 기념으로 재공연으로 기획됐다고 한다. 잔잔한 내용이 좋았다.

 

출처1: 아시아경제, 「육군 창작뮤지컬 ‘귀환' 6월 재연…6·25 70주기 의미 되새긴다」 기사, 2020. 5. 15 . 최종수정. 박병희 기자, 2020. 7. 28. 방문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51421565328245

출처2: twitter, 「뮤지컬 #귀환 관람 기본 에티켓」 게시물, 2019. 10. 30. 슈윗홈(@xiuweethome) 방문 https://twitter.com/xiuweethome/status/1189473578908934144

‘밀녹‘ 사건이 생각나 「귀환」을 홍보하는 팸플릿을 읽어 보았다. ‘공연장 내 사진 촬영, 영상녹화 금지‘라고 표기되어 있다. 커튼콜 촬영도 안 된다. 커튼콜 자체를 아예 하나의 이벤트처럼 연출하는 뮤지컬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동영상 촬영 모드로 스마트폰을 켜고 일제히 무대를 영상에 담는다. 「귀환」 뮤지컬은 모든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연장을 자주 가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촬영이 허용되는지는 공연마다 다르다고 한다. 어떤 공연장은 촬영해도 아무런 제지도 없고, 또 다른 공연장에서는 동영상을 제외하고 사진을 찍게 해 주기도 한다. 뮤지컬 공연장의 경우엔 촬영을 금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뮤지컬 ‘라이온킹‘ 인터내셔널 투어 같은 해외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은 언론사라도 디즈니가 제공한 사진만 대외적으로 쓸 수 있고, 무대 뒤 공연 준비 과정 등도 외부 유출을 엄격히 금지했다.

요즘같이 SNS와 유튜브에 관람 추억을 온라인에 남기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무대인사나 커튼콜 영상을 SNS에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 목적 촬영이라면...

공연장에서 개인 소장 목적으로 뮤지컬 영상을 녹화하면 ‘사적 복제‘라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안다(저작권법 제30조). 스마트폰이든 캠코더이건 복제의 방법에도 제한이 없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영화상영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녹화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된다(저작권법 제104조의6).

왜 사적 복제를 허용하는 걸까? 권리자가 설령 침해를 발견하더라도 개개의 손해는 미미하여 청구의 대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많은 개인과 저작권자가 저작권료로 협상을 하려면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저작권법이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사적 영역까지 간섭하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 그렇다고 촬영금지라고 표기되어 있는 공연장에서 촬영을 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람 계약은 위반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만약 손해가 있다면 제작사가 입증해 배상을 청구할지도 모른다.

개인 소장용을 파는 거라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면 블로거가 개인 소장 목적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블로그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판매한다고 글을 올리고, 이메일로 그 영상을 전송해도 괜찮은 걸까?

저작권법이 개인적 이용을 목적으로 촬영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짓고 있지 않지만, 개인 이용의 범위는 가족, 친구와 같은 제한된 범위까지만 허용된다. 친분관계가 없는 특정 다수에 해당하는 제3자에게 영상물을 전송하는 것은 사적 이용의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돈을 받든 받지 않든 상관없다. 제3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을 우편물로 보내면 불법 배포가 된다. 판매가 아닌 교환이라도 하더라도 촬영자의 영상이 제3자에게 건네지기 때문에 역시 배포에 해당한다.

이메일은 개인 대 개인 전달 수단이기에 공중에게 제공이 아니므로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물 판매자가 영상물을 통신망을 통해 지인이 아닌 특정인에게 이메일로 파일을 보냈다면 통신수단은 개인 대 개인일지라도 수신자가 제3자가 된다.

판매자가 ‘뉴스레터‘ 형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줬다면 ‘전송‘에 해당한다. 사적인 이용에 ‘전송‘이 포함되지 않는 이유도 ‘전송‘ 자체가 공중이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위의 블로거처럼 몰래 촬영한 영상을 판매하는 글을 올리고 이메일로 영상을 보내면 그 자체가 사적 이용의 범위를 넘어선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공연장에서 녹화를 한 사람이 판매를 염두에 두고 촬영을 했다면 당연히 사적 이용이 아니라 불법 복제가 될 것이다. 개인 이용을 넘어선 게시글은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경고, 삭제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이번 일로 블로거가 개인 소장을 목적으로 촬영했더라도 그 영상을 판매하면 그 자체가 저작권 침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런 영상물을 구매하면 제작사와 배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연과 영상 판매에도 손해가 갈 것이고 창의적 공연을 제작할 의지를 꺾을 수 있는 행동이다. 나도 앞으로 ‘밀녹‘과 같이 허락 없이 촬영한 영상물은 눈길도 주지 않을 생각이다.

 


하동철 작가

현재 KBS 공영미디어 연구소 연구원(법학박사)이자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강의 활동을 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공연권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음악 저작권』 등 저작권과 관련한 다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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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원인이 몰래 촬영한 뮤지컬 공연 영상을 판매한다는 A 사이트의 게시물을 발견하고, 해당 판매자가 저작권 침해를 했다고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에 민원 제기한 것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에서는 위와 유사한 사안에 대해서 뮤지컬 제작사 등이 공연 실황 앨범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 것으로 보이는 점, 불법복제물을 구매하는 이용자가 뮤지컬 공연 관람을 하지 않거나 뮤지컬 영상을 구매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뮤지컬의 합법 시장(잠재적 시장 포함)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시정을 권고하도록 의결하였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해당 게시물에 대한 삭제·전송중단 및 복제·전송자에 대한 경고의 시정을 권고하였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법 제133조의3에 따라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불법복제물 등에 대한 삭제·전송중단과 게시물을 올린 사람에 대한 경고의 시정권고를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게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시정권고제도를 통해 온라인에서의 저작권 침해를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의 자율적 조치로 신속하게 차단하고, 저작권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미리 알려 저작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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