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현재 중국은 쇼트클립 춘추전국 시대이다. 2021년 2월, 중국 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발표한 ‘제47차 중국 인터넷 발전 현황에 관한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중국의 쇼트클립 이용자 규모는 약 8억 7,300만 명으로 인터넷 이용자 전체의 88.3%를 차지하였다. 즉, 중국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약 8~9명이 쇼트클립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쇼트클립(short clip)이란 일반적으로 ‘5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쇼트비디오’, ‘짧은 동영상’, ‘단편 동영상’으로도 명칭한다. 중국어로는 ‘短视频’인데, 짧다는 뜻의 ‘短’과 동영상을 의미하는 ‘视频’이 결합된 단어이다. ‘중국 쇼트클립 산업 연구 보고서’에서는 쇼트클립을 ‘재생 시간이 5분 이내인 PC 및 모바일 기반의 동영상 콘텐츠 형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대표 플랫폼으로는 바이트댄스 그룹의 더우인(중국판 틱톡)과 텐센트 그룹의 콰이쇼우가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쇼트클립은 단순히 길이가 긴 동영상을 시간적으로 짧게 축소시킨 것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성격이 강하고 창작이 용이하며 전파력이 크다는 속성을 가진다. 따라서 관련 저작권 침해도 손쉽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2021년 5월, ‘12426 저작권감시센터’가 발표한 ‘2021년 중국 쇼트클립 저작권 보호 백서’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약 1,300만 건의 쇼트클립을 모니터링 한 결과, 약 300만 개의 저작권 침해 계정이 발견되었다. 특히 ‘X분으로 XX영화/드라마 보기’ 등과 같이 이미 공표된 저작물을 편집·절단·각색·배포하는 2차적 창작 쇼트클립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대부분 권리자의 허가 없이 무단편집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2021년 4월부터 중국 영화·TV·장편 동영상 업계와 관련 정부 부처는 잇따라 쇼트클립의 저작권 침해 행태에 대한 규제 강화 입장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중국 쇼트클립 저작권 논쟁의 배경과 정부기관의 대응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쇼트클립 저작권 침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검토한 후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2. 쇼트클립 저작권 논쟁의 배경과 대응 현황
(1) 논쟁의 시작
2021년 4월 9일, 53개의 영화 및 TV 업체와 15개의 영화 및 TV 산업 협회, 5개의 장편 동영상 플랫폼은 ‘영화 및 TV의 저작권 보호에 관한 공동성명(이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동 공동성명은 특히 쇼트클립 분야에서 무단으로 영화 및 TV 저작물을 편집(剪辑) 및 절단(切条), 전송(搬运), 유포(传播)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동 공동성명에는 텐센트비디오, 아이치이, 유쿠 등 중국 대표 장편 동영상 플랫폼과 화책미디어, 신리미디어 등 유명 제작사가 참여해 사실상 중국 대부분의 영화 및 TV 영상물이 보호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어 2021년 4월 23일, 총 76개의 영화·TV·장편 동영상 플랫폼 업계와 514명의 개인은 4월 9일의 공동성명을 보완한 ‘공동제안’을 재발표하였다. 동 공동제안은 쇼트클립 플랫폼이 콘텐츠 저작권 규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제안함과 동시에 허가되지 않은 쇼트클립을 자발적으로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리빙빙, 조려영, 안젤라베이비 등 중국 유명인사 514명의 개인 서명이 추가되었다. 특히 2021년 4월 9일 공동성명보다 내용 및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① 무단 편집된 콘텐츠를 쇼트클립 플랫폼이 정리하도록 권장할 것, ② 키워드·동영상 지문 대비 등의 기술적인 수단을 이용해 무단 편집된 콘텐츠의 업로드를 방지할 것, ③ ‘先 라이선스 後 사용’을 엄격히 준수하고 무단 편집된 콘텐츠를 계정에서 정리할 것 등을 제시했다.
반면, 쇼트클립 플랫폼 이용자는 쇼트클립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개인의 창작 권리를 억제하고 자유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제기하였고, 쇼트클립을 둘러싼 거대한 저작권 논쟁이 시작되었다.
(2) 정부기관의 대응 현황
1) 공식 입장문 발표
2021년 4월 25일, 중앙선전부 저작권관리국(中宣部版权管理局)은 국무원 정보판공실(国务院新闻办公室)의 ‘14차 5개년 규획 개요 및 지식재산권 강국 건설 가속화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영화 및 TV·장편 동영상 업계와 권리자의 공동성명 및 공동제안에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저작권관리국은 국가판권국(国家版权局)이 줄곧 영화와 TV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를 중요시 여기며 영상저작물의 저작권 시장 질서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에도 국가판권국은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지식재산권 보호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권리자의 합법적인 요구를 지지 및 보호하며 쇼트클립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제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4월 28일에는 국가영화국(国家电影局)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 및 TV·장편 동영상 업계와 권리자의 공동성명 및 공동제안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가영화국은 중앙정부의 지식재산권 보호 전면 강화 방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XX분 안에 영화 보기' 등과 같은 쇼트클립의 저작권 침해 행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 밝혔다. 특히 국가영화국은 온라인 플랫폼 및 미디어 계정 운영자에게 ① 저작권 보호의 법적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 ② 영화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것, ③ 이용허락 없이 타인의 영화 저작물을 복제, 편집, 배포하지 않을 것, ④ 자체 검열 및 정리를 강화할 것, ⑤ 영화 저작권 관련 민원 처리의 실효성을 제고할 것, ⑥ 쇼트클립이 영화의 홍보, 논평, 연구 등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장했다.
2) ‘검망행동 2021’ 실시
2021년 6월, 중국 국가판권국은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공안부(公安部)·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国家互联网信息办公室)와 합동으로 ‘검망 2021(剑网2021)’ 특별행동을 개시하였다. 검망행동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동영상, 음악, 서적, 다운로드, 앱 스토어 등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사안 중 중요한 이슈를 유형별로 선별해 저작권 침해를 단속하는 일종의 행정단속행위로 2005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이번 ‘검망 2021’에서 국가판권국은 5대 중점분야에 첫 번째로 쇼트클립을 포함시켰다. 쇼트클립의 저작권 관리를 한층 강화하여 미디어 계정 운영자가 쇼트클립을 제작하기 위해 영화 및 TV 시리즈 등의 시청각 저작물을 무단 편집, 절단, 삭제하는 행위와 쇼트클립을 무단으로 복제 및 표절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유포하는 행위를 중점적으로 단속했다.
그 후 2021년 9월 28일, 국가판권국은 ‘검망 2021’의 단계적 성과를 중간보고하였는데, 인터넷 동영상·인터넷 생중계·전자상거래 등 관련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약 846만 7,500건의 저작권 침해 링크를 정리하도록 권고하였으며, 그 결과 주요 쇼트클립 플랫폼은 도쿄 올림픽 프로그램과 관련된 약 8만 400건의 저작권 침해 링크를 정리하였다고 밝혔다.
3) ‘2021 중국 인터넷 저작권 보호 및 발전 회의’ 개최
2021년 6월 1일, 중국 국가판권국은 ‘2021 중국 인터넷 저작권 보호 및 발전 회의’를 개최하였다. 장건춘(张建春) 중앙선전부 부부장은 기조연설에서 인터넷 공간의 관리를 강화하여 깨끗한 인터넷 저작권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의 저작권법 집행을 더욱 강화하고, 쇼트클립, 인터넷 뉴스, 생방송 분야의 저작권 침해 및 불법 복제에 대한 전문적인 단속을 실시하며, 인터넷 기업이 주체적인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인터넷 저작권 보호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 회의에서는 우자가(于慈珂) 중앙선전부 저작권관리국장이 ‘검망 2021’ 특별행동의 중점과제에 대해 설명하였고, 탕쟈오즈(汤兆志) 부국장이 ‘2020년도 전국 불법복제 단속 10대 사건’을 발표했다. 국가판권국 인터넷저작권보호연구기지와 인터넷저작권산업연구기지도 각각 ‘2020년 중국 인터넷 저작권 보호 보고서’와 ‘2020년 중국 인터넷 저작권 산업 발전 보고서’를 발표했다.
3. 쇼트클립 플랫폼의 저작권 보호 책임
쇼트클립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부각되면서 쇼트클립 플랫폼은 과연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서도 뜨거운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중국 법원은 쇼트클립 플랫폼에게 직접침해 또는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직접침해는 플랫폼이 제작자의 허락을 받아 쇼트클립을 직접 업로드 한 경우에 해당된다. 반면, 간접침해는 쇼트클립 업로드에는 관여하지 않고 정보 저장 공간만을 대여한 경우가 해당되는데, 현재 대부분의 쇼트클립 플랫폼에서는 간접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간접침해의 경우 주로 정보네트워크전파권보호조례 제22조의 5가지 요건에 따라 책임 여부가 판단된다. 제22조를 통상 ‘세이프하버 원칙(避风港原则, safe harbor)’ 조항이라 한다. 만약 쇼트클립 플랫폼이 제22조의 5가지 요건을 갖추고 ‘주관적인 과실(主观过错)’이 없다면 간접침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쇼트클립 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쇼트클립 플랫폼이 세이프하버 원칙을 악용하여 저작권 침해행위를 지속 또는 방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세이프하버 면책 규정의 적용을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아이치이가 바이트댄스를 상대로 정보네트워크전파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바이트댄스의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하였는데, ① 피고가 해당 드라마로 인해 국가판권국의 경고통지를 받은 적이 있는 점, ② 해당 드라마는 인기작으로 더욱 높은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바 합리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 ③ 권리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합리적인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였다.
즉, 저작권자가 침해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침해 정보를 탐색 및 제거해야 하며, 그러지 않는 경우 주관적인 과실이 인정되어 간접적으로 권리 침해를 방조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4. 시사점
현재 중국 영화·TV·장편 동영상 업계의 저작권 보호에 관한 공동성명은 발표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으로, 쇼트클립 저작권 논쟁의 뜨거운 불씨가 되었지만, 여전히 쇼트클립 저작권 침해의 경계는 불분명하고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쇼트클립 저작권 논쟁은 적어도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 편집 및 절단하는 행위에 대하여 단속 및 규제를 강화한다는 업계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이 합치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는 쇼트클립 제작자와 플랫폼 업계, 사법 분야 모두에게 쇼트클립의 저작권 보호 문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특히 쇼트클립 플랫폼의 경우, 세이프하버 면책규정의 적용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제3자의 저작권 침해 행위로 인한 간접침해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서는 통지 및 삭제와 같은 사후 조치뿐만 아니라 업로드된 동영상 검토, 침해신고채널 설치, 게시물 업로드 시 적법성 확인 요청 등의 더욱 적극적인 사전 보호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국의 이러한 저작권 보호 환경 변화는 우리 콘텐츠 기업에게 저작권법에 근거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 보호를 주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상이한 동영상 플랫폼 문화를 가진 중국의 저작권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많은 K-콘텐츠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는 곧 K-콘텐츠도 쇼트클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내 콘텐츠 기업은 중국의 저작권 보호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법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