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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불법 콘텐츠 엔드유저 대상 행정벌 도입 / 김경숙

  • 작성일2025.11.26
  • 조회수2155

그리스, 불법 콘텐츠 엔드유저 대상 행정벌 도입

 

김경숙 / 상명대학교 교수

 

 

1. 들어가며

한때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인물로 묘사되던 ‘해적(pirates)’은 이제 더 이상 전설이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그들은 광범위하고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세계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현대의 영상 저작물 불법 복제 행위는 과거 이야기 속의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창작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위법 행위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환경의 확산에 따라 불법 영상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은 점차 정교하고 조직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민·형사적 제재만으로는 이러한 위법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IPTV 스트리밍, 토렌트 기반 파일 공유, 웹사이트를 통한 실시간 중계 등 다양한 침해 태양이 증가하면서, 저작권 침해는 단순한 불법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의 문제를 넘어 엔드유저 단계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리스 정부는 2025년 2월에 불법 콘텐츠 엔드유저를 대상으로 한 과태료 부과제도를 도입한 저작권법(법률 제5179호)을 개정하였다. 그리스는 온라인 불법복제에 대해 한층 엄격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였으며, 특히 불법 콘텐츠를 유통하는 자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를 불법 시청하는 엔드유저 역시 행정 과태료 부과 대상에 포함시켰다. 즉, 이번 개정은 행정적 제재의 범위를 콘텐츠 공급자에서 엔드유저까지 확장함으로써, 온라인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 입법 배경 및 목적

그리스의 경우 온라인 불법복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약 60만~80만 명의 이용자가 합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130만 명과는 별개로 불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리스 내 불법 시청으로 인하여 연간 최소 1억 8천만 유로의 손실이 합법 구독 서비스 제공자에게 발생하고, 국가 세수 손실만도 6천만 유로에 이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손실은 단순히 공공재정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지역 콘텐츠 제작 기반을 약화시키며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대한 신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왔다.

그리스에서 도메인이 처음으로 차단된 것은 2018년이다. 차단 요청은 문화부 산하의 ‘온라인 저작권 및 관련 권리 침해 통지 위원회(EDPPI)’가 관리하며, 권리자의 민원을 바탕으로 조치가 이루어진다. 초기 4년간 EDPPI는 총 38건의 차단 명령을 내렸으며, 이후 절차가 가속화되어 2022년에는 62건, 2023년에는 89건으로 증가하였다. 최근 2년간 그리스 전역에서 총 20건의 경찰 작전이 실시되었으며, 그 결과 49명이 체포되고 1,700개의 불법 IP 주소가 차단되었으며 205개의 불법 웹사이트가 폐쇄되었다. 또한 약 5만 명의 엔드유저가 사법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12건의 유죄 판결이 그리스 법원에서 선고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스는 불법 스트리밍 소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의 2024년 6월 연구에 따르면 그리스 이용자의 약 20%가 불법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평균인 1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15세에서 24세 연령층에서는 그 비율이 41%에 달해, 유럽 평균 27%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저작권법 개정 이유서(ASIR, Αιτιολογική Σημείωση)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엔드유저가 손쉽게 위법 행위에 가담할 수 있는 환경은 국가에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의 불법 이용과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범죄의 유지 및 확산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따라서 단순히 불법 사이트 접속 시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조치만으로는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엔드유저에 대한 제재로서 과태료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배경 아래,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해, 개정법은 불법 셋톱박스(Set-Top Boxes) 등을 유통하는 자뿐 아니라 불법 콘텐츠를 소비하는 엔드유저, 불법 콘텐츠를 공공장소에서 상영·송출하는 자(상업적 목적 여부 불문), 그리고 불법 사이트에서 광고를 게재하는 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였다. 아울러 위반 정도에 따라 제재의 수위를 차등적으로 가중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를 통해 대체 IP 주소나 새로운 도메인으로 서비스를 신속히 복원하는 관행을 차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3. 행정규제 내용


1) 제도 개요

2025년 개정 저작권법(법률 제5179호/2025)은 인터넷상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행정제재 제도를 마련하기 위하여, 저작권법(법률 제2121호/1993) 제65A조의 제1항, 제4항 및 제5항을 개정하고, 제2B항을 신설하며, 제3항을 삭제하였다.

개정 조항은 민사적·형사적 제재와는 별도로 적용되며, 컴퓨터 프로그램, 음반·음원, 영상저작물 등 특정 유형의 저작물에 대한 침해행위에 대하여 독립적인 행정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신설된 제2B항은 라이브 공연의 방송 관련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도 행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엔드유저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제도의 관장 기관은 그리스 문화부(ΥΠΟΥΡΓΕΙΟ ΠΟΛΙΤΙΣΜΟΥ)이며, 그 하위 조직인 감독 및 정기 지원 기관부(ΤΜΗΜΑ ΕΠΟΠΤΕΥΟΜΕΝΩΝ ΚΑΙ ΤΑΚΤΙΚΩΣ ΕΠΙΧΟΡΗΓΟΥΜΕΝΩΝ ΟΡΓΑΝΙΣΜΩΝ)가 실무적 운영을 담당한다. 또한, 그리스 지식재산기구(Οργανισμός Πνευματικής Ιδιοκτησίας, OPI)가 해당 제도의 집행과 대국민 창구 역할을 맡아, 저작권 및 관련 권리에 관한 행정 절차를 관리한다.

본 제도는 기업과 일반 시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그 유효기간은 무기한으로 설정되어 있다.

 

2) 제65A조의 내용


(1) 과태료 부과 대상 및 금액

① 불법 컴퓨터 프로그램(제65A조 제1항)

정당한 권원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복제·제시(present)·판매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배포(distribute)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이를 소지한 자는, 다른 제재와는 별도로 불법 프로그램 사본 1개당 1,000유로(한화 약170만원)의 행정벌을 부과받는다.


② 불법 음반(sound carrier) 유통(제65A조 제2항)

이동식 또는 고정식 형태로 불법 음반(sound carrier)을 판매·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불법 음반 실물 개수 × 20유로(한화 약4만원)에 해당하는 행정벌을 부과받는다. 이 경우 최소 부과금액은 1,000유로(한화 약170만원)로 한다. 또한 상점 내에서 음반을 불법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③ 불법 음원(phonogram) 복제(제65A 제2A항)

하드디스크 등 저장 매체에 저장된 음원(phonogram)을 정당한 권원 없이 복제한 자는 1,000유로(한화 약1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④ 영상 콘텐츠·방송 등 관련 침해(제65A조 제2B항)

정당한 권원 없이 영상저작물, 방송, 국내·국제 TV 중계 또는 라이브 공연을 재송신, 녹화, 복제, 판매·배포하거나, 송신 또는 공중송신(온디맨드 포함)한 자, 불법 장비 또는 소프트웨어를 소지·이용한 자, 기타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불법 이용한 자에 대하여는 최종 이용자 750유로(한화 약127만원), 불법 유통업자 1,500유로(한화 약254만원), 불법 서비스를 통해 광고를 한 바·카페 등은 5,000유로(한화 약84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재범 시에는 해당 금액의 2배를 부과한다.

 

(2) 집행기관(제65A조 제4항)

법 집행 및 과태료 부과 업무는 공공수입 독립기관(ΑΑΔΕ), 경제범죄수사국(ΣΔΟΕ), 부처 간 시장통제기구, 경찰, 항만 당국, 세관이 담당한다.
위법 행위가 확인된 경우, 위 기관들은 지식재산기구를 통해 권리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지한다.

제2B항의 위반을 확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 관할 사법당국은 법 제66조 위반에 관한 형사소추가 제기된 이후 형성된 형사사건 기록 중 가해자 특정에 필요한 정보를 위 집행 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

 

(3) 정보제공요청(제65A조 제4항)

집행기관은 제2B항의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제재를 부과하기 위해, 법 제66E조 제10A항에 따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위반자 특정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불법 유통업자 및 최종 이용자의 식별은 기술적·법적 수단을 병행하여 이루어진다. 먼저 차단 절차를 통해 불법 서비스 제공자를 확인하고 접근을 제한한다. 아울러 ISP 및 공공수입 독립기관(ΑΑΔΕ)과 협력하여, 경찰의 단속 과정에서 확보된 고객 명단 등 증거를 바탕으로, 사법 명령하에 불법 이용자를 특정한다. 엔드유저에 대한 과태료는 이후 공공수입 독립기관의 행정제재 절차에 따라 부과된다.

 

(4) 절차에 관한 세부사항(제65A조 제5항)

국가경제·재정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의 공동결정으로 과태료의 부과 및 징수 절차, 징수 담당 기관, 위반자의 이의제기 절차, 기타 집행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한다.

해당 공동장관령(번호 358834)은 2025년 8월 4일에 공표되었으며(관보 4218/Β/4.8.2025), 본 행정규제의 절차적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3) 집행 절차

과태료 부과를 위한 절차는 다음의 순서로 진행된다.


(1) 절차 개시

제65A조 제1항, 제2항, 제2A항 및 제2B항에 따른 과태료 부과 절차는 공공수입 독립기관(ΑΑΔΕ), 경제범죄수사국(ΣΔΟΕ), 부처 간 시장감독기구, 경찰, 항만경찰, 세관 당국 등 관할 조사기관이 직권 또는 서면 신고를 통해 개시한다. 특히 제2B항 위반의 경우, 과태료 부과 절차는 관할 사법당국으로부터 관련 자료가 송부된 이후에 개시된다.

관할 집행기관은 재범 여부를 ① 중앙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각 감독기관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분야별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고, ② 법 제2121/1993호 제65A조 제4항에 따라 OPI(지식재산기구)에 통보된 자료를 기반으로 OPI가 유지·관리하는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여 확인한다.

해당 중앙 데이터베이스는 제65A조 제1항(컴퓨터 프로그램), 제2항(음반), 제2A항(음원), 제2B항(영상저작물 및 라이브 공연 등)에 따른 위반 사례를 구분하여 기록하며, 모든 감독기관은 부여된 접근 코드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이 모든 절차는 EU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 Regulation 2016/679) 및 그리스 법률 4624/2019의 규정을 준수하여 수행된다.

 

(2) 침해통지서 발부(Issuance of a certificate of violation)

저작권법 제65A조에서 규정한 구체적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조사자는 위반 사실을 기재한 문서에 서명하고 해당 문서는 상급자의 확인을 거친다.

위반이 현장 점검을 통해 확인되었거나, 사법당국이 송부한 자료(이는 법 제2121/1993호 제66조 위반에 관하여 형사 소추가 제기된 후 마련된 형사 기록에 포함됨)를 통해 확인된 경우, 관할 집행기관은 침해통지서(선언적 행정행위)를 발부한다.

 

(3) 이의 신청(Submission of Objections)

침해 통지서는 침해자에게 송달되고, 지적재산기구(OPI)에도 통보되며, OPI는 권리자에게 이를 알린다. 침해 통지를 받은 자는 침해 통지서가 전달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이의 신청을 제출할 수 있다. 이의가 받아들여져 침해 통지서가 취소되는 경우, 그 결정은 침해자와 OPI에 통지된다.
반면, 침해자가 이의를 제출하지 않거나 이의가 기각될 경우, 침해 통지서를 발부한 집행기관의 장은 행정벌(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리며, 이 결정 역시 침해자에게 통지된다.

 

(4) 과태료 부과 및 징수

행정벌(과태료) 부과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결정을 발부한 집행 기관은 필요한 정보를 포함한 재정 명세서를 작성하며, 이 명세서는 관할 세무서 또는 공공수입 독립기관(ΑΑΔΕ) 산하 인증·징수센터(ΚΕ.Β.ΕΙΣ.)의 인증을 거친다.
과태료는 공공수입징수법(Κ.Ε.Δ.Ε.)에 따라 확정·징수되며, 징수된 금액은 국가 예산의 수입으로 편입된다.

 

4. 결론 및 시사점

프랑스의 ARCOM이나 포르투갈 IGAC 등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시행하는 행정규제는 주로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하여 불법 사이트·도메인 차단, 또는 침해 게시물 삭제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엔드유저에 대한 금전적 제재는 권리자가 민·형사 절차를 통해 구제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그리스 개정 저작권법은 기존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통한 이용자 규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불법 콘텐츠의 이용자에게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유럽에서 최초로 이용자 직접 제재 모델을 제도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과는 별도로 작동하는 독립된 행정절차를 통해 엔드유저를 직접 제재함으로써, 디지털 환경에서 증가하는 IPTV·불법 스트리밍·라이브 공연 침해에 보다 실질적인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다.

많은 국가들이 불법 사이트·링크 차단을 반복하면서도 ‘풍선효과’로 인해 실효성에 한계를 드러낸 점을 고려할 때, 그리스 모델은 제재 범위를 엔드유저에까지 확장함으로써 불법 콘텐츠 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구조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제도는 행정절차를 통해 신속한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다만, IP 주소 기반의 이용자 특정 절차가 GDPR 및 개인정보보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과, 이용자에게 과도한 법적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보다 투명한 집행절차 마련, 이의제기 절차의 실질적 보장 등을 통해 균형 잡힌 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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