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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lock BEARD’ 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 이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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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lock BEARD’ 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이철남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서론 2025년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발의된 ‘Block Bad Electronic Art and Recording Distributors (Block BEARD) Act’는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집행 패러다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입법 시도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저작권자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명백한 불법 복제 활동을 자행하는 웹사이트에 대해, 미국 연방 법원의 명령을 통해 미국 내에서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사법적 절차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단순한 저작권법 개정을 넘어, 창작자의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가치와 인터넷의 개방성, 표현의 자유, 기술적 중립성이라는 가치 사이의 오랜 긴장 관계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법안을 둘러싼 담론은 극명하게 양분된다. 지지자들은 이 법안을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춘 ‘정밀하게 표적화된 스마트 도구’라고 묘사하며, 합법적인 온라인 활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해외 범죄 조직의 불법 행위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이 법안이 ‘위험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의 시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법안이 거대 미디어 기업에게 합법적인 콘텐츠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결국 정부 주도의 인터넷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글은 Block BEARD 법안의 등장 배경과 과거 유사 입법 시도를 살펴보고, 법안의 핵심 조항들을 분석한다. 또한, 법안을 둘러싼 주요 쟁점에 대한 찬반 양측의 논거를 검토하며, 이 법안이 인터넷 생태계와 사회 전반에 미칠 잠재적 파급력을 조망하고자 한다. 2. 법안의 배경과 과거 유사 법안 가. Block BEARD 법안의 배경 1) 창작 산업의 막대한 피해 Block BEARD 법안 발의의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동인은 해외 불법 복제 사이트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피해이다. 법안 발의자들은 미국 영화, TV쇼, 음악, 예술, 출판물 등의 불법 복제가 미국 경제에 매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창작 산업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 감소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고용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범죄 행위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 작가 조합(Authors Guild), 작곡가 및 작사가 협회(Society of Composers & Lyricists) 등 창작자 단체들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해외 불법 복제 사이트가 창작자들의 저작물을 동의나 보상 없이 착취함으로써 그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궁극적으로는 창작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에게 법안은 불법 행위에 대한 정당한 법적 구제 수단이자, 창작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로 여겨진다. 2) 2차 피해의 확산 법안 지지자들은 불법 복제 사이트가 단순한 저작권 침해의 장을 넘어, 일반 사용자들을 심각한 사이버 범죄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온상이라고 강조한다. 이들 사이트는 멀웨어(malware) 유포, 피싱(phishing) 사기, 신원 도용, 금융 정보 탈취 등 다양한 범죄의 통로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주장은 저작권 문제를 개인 창작자나 기업의 이익 보호라는 프레임을 넘어, 불특정 다수의 미국 시민을 보호하는 공공 안전 및 소비자 보호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이를 통해 법안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보다 폭넓은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3) 글로벌 스탠다드로서의 사이트 차단 법안 발의자들은 미국이 저작권 보호에 있어 국제적인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한다. 이들은 이미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Block BEARD 법안과 유사한 사이트 차단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들이 표현의 자유나 인터넷 인프라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았음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는 미국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강력한 저작권 보호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며, 법안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4) AI와 불법 복제물의 결합 최근 법안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새로운 동인으로 부상한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과 불법 복제물의 연관성이다. AI 기업들이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해외 불법 복제 사이트에 아카이빙된 방대한 양의 서적, 이미지, 음악 등 저작권 보호 콘텐츠를 무단으로 대규모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법 복제의 위협은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되었다. 과거 불법 복제의 피해는 주로 개별 저작물의 판매량 감소와 같은 직접적인 손실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AI 학습 데이터로의 무단 활용은 단순히 개별 판매 기회를 잃는 것을 넘어, 창작자들의 저작물 전체가 자신들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 기술을 만드는 데 악용되는 전례 없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는 피해의 성격을 거래적 손실에서 창작 산업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시스템적, 실존적 위협으로 바꾸어 놓았다. 나. 과거 유사 법안 1) 2012년 SOPA/PIPA 법안 2012년, 미국 의회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 법안(SOPA, Stop Online Piracy Act)’과 ‘지식재산권 보호 법안(PIPA, PROTECT IP Act)’을 추진했다. 이 법안들은 광범위한 사이트 차단 권한을 정부와 저작권자에게 부여하려 했으나, 인터넷 기업, 시민사회, 그리고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연대한 대규모 온라인 시위, 이른바 ‘인터넷 블랙아웃(Internet Blackout)’에 직면하며 결국 폐기되었다. 당시 실패의 핵심 원인은 법안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합법적인 사이트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 DNS 차단 방식이 인터넷의 기본 구조를 훼손하고 보안을 약화시킨다는 기술적 비판, 그리고 사법적 검토가 부족한 채로 사이트 차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적법 절차 미비에 대한 깊은 우려였다. 2) 2022년 NFCRA과 2025년 Block BEARD Block BEARD 법안은 수년간의 물밑 논의를 거쳐 진화한 결과물이다. 그 시작은 2022년 비공개로 논의되었던 ‘무과실 저작권 구제 법안(NFCRA, No-Fault Copyright Remedy Act)’ 초안이었다. NFCRA는 저작권자 단체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간의 자발적 합의를 통해 사이트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였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 실패는 입법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야기했다. ISP와의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법안 지지자들은 전략을 바꾸어, ISP에게는 강력한 법적 면책특권을 제공하는 대신 사법부의 명령에 따른 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현재의 Block BEARD 법안 모델을 구상하게 되었다. 3) 경쟁 또는 보완 법안들 Block BEARD 법안이 유일한 사이트 차단 시도는 아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유사한 목적을 가진 ‘해외 불법 복제 방지 법안(FADPA, Foreign Anti-Digital Piracy Act)’이나 ‘미국 저작권 보호 법안(ACPA, American Copyright Protection Act)’ 등 여러 법안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이는 사이트 차단이라는 의제가 의회 내에서 상당한 추진력을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이들 법안이 서로 경쟁하거나, 혹은 각 법안의 장점을 결합한 절충안의 형태로 최종 법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3. 법안 내용 분석 가. 주요 용어의 정의 Block BEARD 법안은 과거 SOPA/PIPA 법안이 모호한 용어 정의로 비판받았던 점을 의식하여, 법안의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Sec. a). 1) ‘해외 디지털 불법 복제 사이트(foreign digital piracy site)’ 법안의 핵심 개념으로, 행정부가 아닌 미국 연방 지방법원의 명령에 의해 지정된 ‘해외 온라인 위치(foreign online location)’를 의미한다. 이는 자의적인 행정적 판단이 아닌, 독립된 사법부의 판단을 거쳐야만 불법 사이트로 규정될 수 있음을 명시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장치이다. 2) ‘해외 온라인 위치(foreign online location)’ 운영 주체가 미국 외부에 있거나, 그 위치를 미국 내로 특정할 수 없는 공개된 웹사이트를 지칭한다. 이 정의는 법안의 효력이 미국 내에서 운영되는 웹사이트에는 미치지 않음을 명확히 하여, 국내 사이트에 대한 남용 가능성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3)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 기존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512조의 정의를 차용하되, 두 가지 중요한 예외를 둔다. 첫째, 5만 명 미만의 가입자를 보유한 소규모 광대역 인터넷 접근 서비스 제공업체는 제외된다. 둘째, 커피숍, 도서관, 대학, 공항 등 고객에게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구내 사업자(premises operator) 역시 제외된다. 이는 소상공인과 영세 ISP가 법안으로 인해 과도한 기술적, 재정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여, 이들로부터 나올 수 있는 정치적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인 조치이다. 나. 2단계 사법 절차 법안은 사이트 차단까지 2단계에 걸친 신중한 사법 절차를 거치도록 설계되었다. 1) ‘해외 디지털 불법 복제 사이트’ 지정 명령(Designation Order) 첫 단계는 특정 해외 사이트를 불법 복제 사이트로 공식 지정하는 절차이다. 저작권자는 법원에 청원을 제기하며 몇 가지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① 자신이 저작권의 소유자 또는 독점적 이용권자이며 해당 사이트의 침해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거나 입을 것이라는 점, ② 사이트 운영자에게 소송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 그리고 ③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인 조사’를 거쳤음에도 운영자가 미국 내에 소재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Sec. b(2)(A)). 법원은 청원인이 제시한 증거를 바탕으로 해당 사이트가 다음 세 가지 기준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① 저작권 침해를 ‘주된 목적으로 설계(primarily designed)’ 또는 제공되었거나, ② 저작권 침해 외에 ‘상업적으로 중요한 다른 목적이나 용도가 거의 없거나(limited commercially significant purpose)’, ③ 운영자가 저작권 침해를 조장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마케팅(intentionally marketed)’했다는 점이다 (Sec. b(2)(B)). 이 기준들은 우발적이거나 부수적인 침해가 발생하는 사이트가 아닌, 운영 목적 자체가 불법 복제에 있는 명백한 불법 사이트만을 겨냥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법안은 피고인 사이트 운영자에게도 방어권을 보장한다. 운영자는 청원서가 제출된 후 21일 이내에 법원에 출석하여 명령 발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만약 운영자가 법원에 출석하여 해당 법원의 관할권에 복종할 것을 동의하고, 향후 판결 이행을 보증하기 위한 충분한 액수의 보증금을 공탁하며, 법원의 침해 활동 중단 명령을 준수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법원은 해당 사이트를 불법 복제 사이트로 지정하는 명령을 내릴 수 없다(Sec. b(3), b(5)). 2) ‘접속 차단’ 이행 명령(Blocking Order) 사이트가 불법으로 지정된 후, 저작권자는 동일 법원에 ISP를 상대로 접속 차단을 이행하라는 두 번째 명령을 청원할 수 있다. 법원은 이행 명령을 발부하기에 앞서 여러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① 해당 명령이 ISP나 네트워크 운영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지 여부, ② 저작권자가 입을 피해의 규모, ③ 명령의 이행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효과적인지 여부, ④ 차단 조치가 다른 합법적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지는 않는지 여부, 그리고 ⑤ 명령 발부가 공익을 저해하는지 여부 등이다(Sec. c(3)). 일단 발부된 차단 명령은 1년간 유효하며, 저작권자의 신청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다. 또한, 법안은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도메인 주소나 IP 주소를 변경하여 차단 명령을 무력화하려는 ‘우회 시도’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법원은 기존의 명령을 수정하여 새로운 주소까지 차단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Sec. c(5), c(9), g). 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의 의무와 면책 Block BEARD 법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ISP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ISP는 법원의 명령을 받은 후, 해당 사이트로의 미국 내 사용자 접근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reasonable measures)’를 취할 의무를 진다(Sec. d(1)). 중요한 점은 법원이 ISP에게 DNS 차단, IP 주소 차단, 패킷 필터링 등 특정 기술을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Sec. c(7)). 이는 ISP가 각자의 네트워크 환경과 비용 구조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다. 법안은 ISP의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포괄적인 면책 조항을 두고 있다. 법원의 명령을 ‘선의(good faith)’로 이행한 ISP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 이는 차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용자, 사이트 운영자, 혹은 제3자로부터의 민사 소송을 포함한다. 또한, ISP는 저작권자나 법원이 제공한 차단 대상 사이트 정보의 정확성을 스스로 조사하거나 확인할 의무가 없다(Sec. e, f(2)). 이러한 법안의 구조는 적법 절차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을 야기한다. 법안 지지자들은 2단계에 걸친 사법부의 검토를 강력한 안전장치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 절차는 실질적으로는 피고 없이 진행되는 일방적인 심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외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미국 변호사를 고용하고, 미국 법원의 관할권에 스스로 복종하며, 거액의 보증금까지 예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법안은 운영자가 불출석할 경우를 대비해 법원이 ‘특별 조사관(master)’을 임명하여 판단을 보조하게 할 수 있는 조항까지 두고 있다(Sec. b(4)). 이는 결국 법원이 대부분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저작권자의 주장만을 듣고 판단을 내리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4. 법안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가. 법안에 대한 찬반 논의 1) 찬성 측 논거 법안 지지자들은 이 법안이 합법적인 사이트가 아닌, 범죄적이고 명백한 해외 불법 복제 사이트만을 겨냥하는 ‘스마트하고 표적화된 도구’라고 거듭 강조한다. 사법부가 ‘주된 목적(primarily designed) 테스트’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하므로, 법안이 남용되어 합법적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독립된 연방 법원의 명령을 통해서만 차단이 이루어진다는 점, 사이트 운영자와 ISP에게도 법적 절차에 참여하여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명시적으로 부여되어 있어 적법 절차 원칙(Due Process Protection)이 충실히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찬성론자들은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유사한 사이트 차단 제도가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근거로 제시한다. 이들 국가에서 제도가 표현의 자유나 인터넷 인프라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불법 복제를 효과적으로 억제했음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2) 반대 측 논거 반대자들은 ‘Block BEARD’ 법안의 본질은 거대 콘텐츠 기업(Big Content)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제거할 수 있는 위험한 검열 시스템(censorship system)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일단 정부 주도의 인터넷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면, 그 적용 대상이 저작권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표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현대 인터넷 환경에서는 수많은 웹사이트가 클라우드 인프라나 공유 IP 주소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불법 사이트 하나를 차단하려다 동일한 서버나 IP를 사용하는 수많은 합법적이고 무고한 사이트까지 함께 차단되는 ‘디지털 부수적 피해(digital collateral damage)’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사이트 차단은 VPN 사용이나 DNS 서버 설정 변경 등 간단한 기술적 방법으로 너무나 쉽게 우회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조치는 결국 사용자들을 더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우회 서비스로 내몰아,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반대자들은 법안이 보장하는 적법 절차가 허울뿐이라고 주장한다. 해외에 있는 사이트 운영자가 미국 법정에 실제로 출석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대부분의 절차는 피고 없이 진행되는 일방적(ex parte) 심리가 될 것이며, 이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주장만으로 웹사이트가 차단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나. 전망 및 시사점 Block BEARD 법안은 2012년 SOPA/PIPA 법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독립된 사법부의 통제, 명백한 불법 사이트로의 정밀한 타겟팅, ISP에 대한 강력한 면책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입법 시도이다. 이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력한 명분과, 인터넷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2012년 SOPA/PIPA 사태를 주도했던 시민사회와 기술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조직적인 반대에 나설 경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이 법안이 ‘빅테크 규제’와 ‘온라인 검열’이라는 더 큰 정치적 담론과 얽히면서 논쟁의 향방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FADPA 등 유사 법안들과의 통합 또는 수정 논의 과정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Block BEARD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인터넷 생태계의 작동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ISP의 역할 변화이다. 전통적으로 ISP는 데이터가 오가는 중립적인 ‘통로(conduit)’로 인식되었으나, 이 법안은 이들에게 특정 콘텐츠로의 접근을 통제하는 ‘문지기(gatekeeper)’의 역할을 일부 부여한다. 이는 인터넷상의 모든 데이터는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과 관련된 오랜 논쟁을 다시 점화시킬 수 있다. 또한, 사이트 차단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ISP 네트워크 단에 정교한 감시 및 필터링 기술이 도입될 수 있으며, 한번 구축된 이러한 인프라가 향후 저작권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기술적 감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이 사이트 차단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할 경우, 이는 전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행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접속차단(warning.or.kr) 조치와 비교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엄격한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모델과, 신속성을 장점으로 하지만 행정부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는 한국 모델의 장단점을 비교 고찰하며 향후 제도 개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한미 FTA 등 통상 관계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는 항상 주요 의제였던 만큼, 향후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Block BEARD 법안과 유사한 수준의 저작권 집행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요구하는 무역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이 법안의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이 법안을 둘러싼 논의 그 자체가 디지털 시대의 국가 주권, 저작권, 표현의 자유라는 핵심 가치들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Block BEARD 법안 논쟁은 향후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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